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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폐증 아들과 함께 하는 허브 농장


글쓴이: 시언모

등록일: 2003-11-05 17:21
조회수: 331
 

자폐증 아들과 함께 하는 허브 농장
- 이 가족이 사는 법/ 허브전문가 최동임·안도근씨 가족
아들과 허브향 맡으며 숨은 재능과 사랑 찾아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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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차 전문가 최동임(47)씨의 파주농장에는 ‘아주 특별한’ 7명의 직원이 있다. 최씨의 아들 형준(20)이를 비롯해 형준이의 성베드로학교 동기 동창생인 민모, 신의, 정규, 경호, 민식, 현동이. 지난해 정식으로 고용된 이들 일곱 명의 청년은 저마다 발달 장애를 안고 있지만 허브농장에선 최고의 일꾼들이다.

꺽다리 정규는 재고 파악하는 데 따를 사람이 없다. 수에 대한 기억력이 뛰어나 1년치 달력의 날짜와 요일을 다 외운다. 민식이는 검품(檢品)의 1인자. 허브차 용기의 띠지와 상표가 제대로 안 붙은 건 민식이 손으로 제일 먼저 걸러진다. 맏형처럼 의젓한 민모는 힘이 장사다. 허브 상품들을 곽째로 운반할 때 민모는 그야말로 농장 직원들의 ‘봉’이다.

“(특수)학교에선 손꼽히는 말썽꾸러기들이었는데, 졸업하고 농장에 와서는 얼마나 열심인지 몰라요. 자연이 아이들을 부르는 건지, 어머니들 말씀이 허브꽃 만나러 가는 월요일을 그렇게 좋아한대요. 한겨울에도 아침 8시면 농장에 와 있어서 제가 오히려 시집살이를 한답니다.”

아들이나 다름없는 청년들에게 삶의 재미를 퐁퐁 퍼올려주는 허브를 최씨는 8년 전 알게 됐다.

“형준이 껴안고 매일 울면서 살았더니 무역회사 다니던 남편이 일거릴 하나 찾아줬어요. 처음엔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을 판매하는 일이었는데, 그 무렵 허브차를 알게 됐죠. 결정적으로, 형준이가 허브를 좋아했어요. 제가 일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허브의 꽃 모양, 이파리 모양, 향기에 따라 분류하면서 놀고, 학교에 가선 화분의 꽃잎을 모조리 따먹어서 선생님들을 기겁하게 했지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일하기란 보통일이 아니었다. 수업시간 빼고는 잠시도 혼자 둘 수 없는 상태여서 어떤 날은 회사에 있던 남편은 물론 큰딸 경진(22·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4년)이까지 동원돼 수업도 빼먹고 달려 와야 했다.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남편 안도근(56·무역업)씨였다. 자폐아 판정을 받은 손자가 어처구니없어 탄식하던 시어른들 앞에서 “집사람 탓 아닙니다. 대인관계 서툰 저를 닮아 이렇게 된 것이니 아무 원망 마십시오”라고 바람막이 해주던 남편. IMF사태로 회사를 그만두고도 절망하지 않고 자기 사업을 새로 일으킨 안씨는 초보 장사꾼인 아내에게 원료를 들여오는 법, 물건값 깎는 법, 거래처를 상대하는 지혜들을 꼼꼼히 가르쳐주었다.

지금은 갤러리아, 삼성플라자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전국 지점에 자신의 허브차 가게를 입점했을 만큼 기반을 잡은 상태. 그러나 최씨는 허브를 키우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어느 식물 한 가지도 세상에 그냥 태어난 건 없다는 사실이죠. 어릴 적 인삼 장사하시던 친정아버지가 아주 보잘 것 없는 풀을 가리키시며 이게 설사 막아주는 이질풀이라고 알려주시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마다 신이 주신 달란트가 따로 있는데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요.”

경진씨는 “동생이 오히려 우리 집안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형준이 없으면 집안이 무덤처럼 조용하거든요. 웃을 일도 없고. 형준이는 저에게 가족을 사랑하는 법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에 장애를 가진 이들의 심연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줬어요.”

세상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쁨과 슬픔의 저울이 전혀 다르게 채워질 수 있다고 말하는 최동임씨 가족. 가끔 ‘저 온전치 못한 아이를 두고 우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어쩌나’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그때마다 두 부부는 마음을 다잡는다.

“신이 예비해 놓은 아이의 인생은 따로 있고, 그건 부모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믿어보자고 다짐했더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어요. 파고든다고 무조건 안아주지 말고 떠밀어 보세요. 우리가 몰랐던 아이의 능력이 조금씩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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